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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베를린 에세이

베를린 에세이 EP. 2: 베를린에서 집 구하기 어려운 4가지 이유

by 도시관찰자 2020. 1. 20.

베를린에서는 올해부터 5년간 월세를 동결시키는 임대료 상한법이 시작되었습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직접적으로 해당 내용을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베를린의 상황은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요즘 베를린과 독일 도시에서 집 구하기 정말 힘드실 겁니다. 특히, 유학생이자 외국인 이민자로 집을 구한다면 더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독일 주요 도시의 집값이 올랐고, 새로 지은 집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걸 고려해도 너무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세입자의 천국이라는 이야기도 있는 베를린에선 왜 월세 집을 구하기가 힘들까요? 베를린의 생활비가 싸고, 집값이 싸다는 소문과 다르게 베를린의 임대료는 비싸고, 심지어 월세 집을 찾기조차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주거/부동산 문제는 개인이 해결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문제지만, 그 이유라도 자세히 알면 그나마 덜 답답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베를린에서 집을 구하기 어려운 4가지 이유를 정리하여, 영상으로 공유합니다.

 

"집을 찾습니다! 베를린 프리드리히샤인, 크로이츠베르크 혹은 노이쾰른에서 밤미테 400유로 원룸을 찾습니다!"

요즘 베를린 상황을 아시는 분에겐 좀 황당한 광고일 겁니다. WG 방 하나도 400유로에 구하기 힘든데, 원룸을 찾는다고? 왜 베를린에서는 집을 구하기가 힘들까요? 베를린의 집이 비싸고, 심지어 찾기도 어려운 4가지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1. 소득 수준

베를린은 꽤 오랫동안 생활비가 싼 도시로 알려져 왔습니다. 일자리도 적고, 소득도 낮은 가난한 도시였던 베를린에선 생활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값(월세)도 저렴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득 대비 월세의 비중이 30% 수준이 이하의 주택을 적정 주택(Bezahlbare Wohnung)으로 부릅니다. 월세가 수입의 30%를 넘기면 재정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베를린 시민은 세후소득의 46%를 주택 비용(월세, 난방, 전기 등)에 지불했습니다. 난방, 전기세 등이 포함된 비용이라 하더라도, 베를린의 집값이 더는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의 인터액티브 지도를 활용하면 지역별 소득대비 월세 부담 수준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를린 2인 가구 평균 소득인 1,950유로를 입력했을 때 모습입니다. 도심지역에선 50% 이상(진한 주황색), 심지어 66% 이상(진한 빨간색) 그리고 거의 모든 지역에서 33% 이상(연한 주황색) 월세 부담을 해야 합니다.

올해부터 독일 유학생의 슈페어콘토 비용이 월 853유로(1년 10,236유로)로 올랐습니다. 이 중 46%를 주택 비용으로 지불한다면 약 392유로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현실적으로 요즘 베를린에선 WG도 쉽게 구하기 힘든 금액입니다. 이번에는 1인 가구 그리고 월 소득 850유로일 때의 상황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득의 50% 이상을 월세로 써야합니다.
베를린은 더 이상 가난한 이들에게 살기 좋은 도시이지 않습니다.

2. 인구 특성

베를린은 1인 가구가 약 107만 가구(53%) 그리고 2인 가구가 약 57만 가구(28%)에 달합니다. 하지만 원룸 주택은 63만 채(33%) 그리고 투룸 주택은 42만 채(22%)에 불과합니다. 이론상으로 이미 41만 채의 원룸주택과 15만 채의 투룸 주택이 부족합니다.

3. 차별

집을 구하며 인종차별을 경험하거나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주택 시장에서도 지원자의 인종, 종교, 국적 등이 드러나면 정확히는 백인 독일인이 아니면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경쟁이 심하고, 탈락 사유를 알 수 없으니
차별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독일 반차별 위원회에서 관련 연구를 했을 정도로 독일 사회에 만연한 차별 중 하나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뿐만 아닙니다. 구조적인 장벽으로 인한 차별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전 집주인에게 월세를 밀리지 않고 잘 지불했다는 증명서 밋슐덴프라이하이트베샤이니궁(Mietschuldenfreiheitbescheinigung)이 대표적입니다. 독일에 처음 와서 쯔뷔센이나 기타 숙소에서 임시로 머물며 집을 찾는 사람에겐 아예 구할 수 없는 서류입니다.

독일 유학과 이민을 시작할 때 마주하게 되는 악순환 고리이자 차별적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4. 차이

월세를 규제한다는 소리가 몇 년 전부터 들렸는데, 내가 찾은 베를린 임대주택은 여전히 비쌉니다. 이런 저런 기사나 통계 속 집값에 비해 내가 찾은 집의 월세는 왜 비쌀까요?

그것은 지금 시장에 나오는 임대주택과 나오지 않는 임대주택 간의 편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05년에서 2007년 사이에 시장에 나온 임대주택의 평균 임대료는 제곱미터당 5유로 내외였습니다. 현재는 9유로를 훌쩍 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여 년 전 계약한 투룸 주택이 요즘 나오는 원룸주택보다 싼 경우도 많습니다. 가족 구성원이 늘었어도 더 큰 집으로 이사를 못 가는 상황이나, 반대로 집이 너무 큰데도 작은 집으로 이사를 못 가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신축 주택이거나, 리노베이션을 한 경우에는 임대료가 평균보다 한참 높아집니다. 임대료가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에는 신축 주택도 늘었고, 꼭 필요하지 않은 리노베이션도 늘며 집값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즉, 평균을 계속해서 높이는 비싼 집만 시장에 계속 나오는 상황입니다.

5. 결론

수입 대비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비슷한 소득 수준에서 경쟁이 심합니다.

특히 원, 투룸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1, 2인 가구의 주택난이 심각합니다.

외국인이라서, 학생이라서 차별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장에 나오는 임대 주택은 대부분 평균보다 한참 비쌉니다.

이런 문제를 일시적으로나마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임대료 상한법(Mietendeckel)이 시행되었습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이 법으로 좀 더 나은 사회로 가는 길목에 올라섰다고 생각합니다.

* 베를린에 관해서 궁금한 점이나, 관심 있는 컨텐츠가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앞으로 영상 제작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 참고 내용

 

베를린 소개서

베를린과 도시를 소개합니다.

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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