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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도시 개발을 다시 그리다, 정부 주도의 개발이 아닌 시민 주도의 개발을 갈망하는 베를린 시민들/ 미디어 슈프레 반대 사업

by 도시관찰자 2019. 6. 20.

* 기사 전 서문은 기고 당시 개인적인 생각이나, 기사에 대한 반응에 대해 적어놓았던 글입니다.

과거 도시를 개발하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Top-down 방식의 개발이었다. 주민들의 동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다수결이라는 소수의 의견은 무시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인해 약자들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부동산 대박의 기회에 편승하려던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구 사회에서 최근 Bottom-up 방식의 도시개발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목을 받는다기보다는 정부의 개발계획들이 줄기차게 무산이 되며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 시작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60,70년대 대규모 개발을 통해 도시 구조를 변화시키고 약자들은 도시 외곽으로 쫓아냈던 서구 사회 구성원들의 당연한 반응 일지도 모르겠다. Bottom-Up을 우리나라식으로 표현하자면 풀뿌리 민주주의식 도시개발인 것이다. 다양한 기술이 시민 개개인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게 돕는 시민의 시대에 한, 두 명의 정치인의 무책임한 공약으로 남용되는 도시 재개발 사업과 한, 두 명의 도시건축가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시 개발 사업은 이제 뿌리 뽑혀야 한다.

글라이스 드라이엑 도심 고속도로 사업을 저지하여 공원화시키고, 템펠호프 공원 개발 사업을 저지한 채 공원을 지켜내고, 이제는 2024년 올림픽 개최 신청을 저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대규모 도시 개발 사업을 저지해내는 베를린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여러 도시개발 반대 사업에 앞장선 사람들이 도시건축가였다는 점은 주어진 판 안에서 최선의 안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도시건축가의 역할이 아니라, 잘못된 판 자체를 뒤집어내는 것도 그들이 가장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오마이 뉴스에서 선정해준 이번 제목은 너무 빗나가지 않았나 싶다.

* 원문 기사에서 첨부하지 않은 쿠브리 사진을 추가로 첨부한다.

** 오마이 뉴스 기사 원문 주소 : http://omn.kr/9kjk

 

베를린 시민의 선택... 월드컵 우승보다 충격

도시 개발 직접 관리하는 시민들의 도전... 올림픽 저지 운동도

www.ohmynews.com

 

베를린 시민의 선택... 월드컵 우승보다 충격

도시 개발 직접 관리하는 시민들의 도전... 올림픽 저지 운동도

사진 1. 건너편에서 바라본 쿠브리 슈프레 강으로 향해 열려있는 마지막 땅인 쿠브리

월드컵 우승컵은 독일에게 돌아갔다. 통일 이후 독일 대표팀의 첫 월드컵 우승 기념행사는 베를린에서 열렸다. 마이스터와 중소기업이 대기업 못지않은 유럽의 경제 대국 독일. 그 나라의 수도 베를린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화장실, 욕실, 전기도 없는 곳에서 텐트생활을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언론에 의해서는 쿠브리 빈민촌((Cuvry Favela)이라고 불리고, 구역 거주민들에게는 자유의 공간(Freiraum)이라 불리는, 쿠브리 구역(이하 쿠브리)이 바로 그런 곳이다. 오라니엔 광장에 있던 난민캠프보다 더 넓지만, 대신 더 더럽고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이곳은 누구나 원하는 대로 텐트를 치고 지낼 수 있는 곳이다. 2012년부터 사람들은 이곳에서 무허가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현재는 약 130명의 사람들이 산다. 그들은 이탈리아 건축가, 일본인 예술가, 집 없는 노숙자, 불가리아에서 건너온 벽돌공, 무정부주의자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기존 사회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쿠브리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다.

2012년,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이 장소에서 살기 시작했을까? 이야기는 이 지역이 아닌 베를린 시 전체의 도시개발 계획에서 시작된다. 이 구역은 베를린 도시를 관통하며 도시환경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슈프레강에 접해 있다. 1990년대 베를린시는 주요 도시 개발의 일부(Stadtumbau West, 도시 서쪽 개조사업)로, 낙후된 슈프레강 일대를 '미디어 슈프레(Mediaspree)'라는 이름의 통신 미디어 지역으로 개발하기로 계획하였다. 하지만 경제 불황으로 개발은 중지됐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 지역은 낙후됐지만, 베를린을 가장 베를린 답게 만드는 수많은 하위문화와 예술이 번창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000년대 들어서 점차 개발이 본격 시작됐고, 지금까지 약 37개의 신규 건축물이 들어섰다.

 

주민의 삶을 망치는 정부의 도시개발

사진 2. 슈프레강 개발 사업을 저지하는 시민들의 시위, 시위 행렬 뒤편으로 미디어 슈프레 사업의 새로운 건축물들이 보인다.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고, 기다렸다는 듯이 주변 건물의 임대료와 월세는 높아졌다. 그렇게 변해가는 도시환경을 감내하던 지역 주민들은 다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디어 슈프레 사업은 지역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집값만 올렸다. 지역은 부유한 이들만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변했다. 시민들은 다양한 단체와 연합을 만들어 기존 주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관 주도의 도시개발에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중 카스텐 유스트(Carsten Joost)라는 건축가가 주도한 '미디어 슈프레가 가라앉는다'(Mediaspree versenken)라는 이름의 시민주도 단체가 대표적인 반대 세력이다. 이들은 '모두를 위한 슈프레강!'(Spree für Alle!)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2008년 7월 시민주도 단체가 마련한 대안과 정부의 미디어 슈프레 계획안을 놓고 주민투표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베를린 프리드리히샤인-크로이츠베르크 구 주민의 15% 이상(2만 7390명 이상)이 참여해야 유효했던 주민투표에서 주민의 약 19.1%가 참여했다. 그중 87.1%의 압도적인 다수가 시민단체가 내놓은 대안에 찬성하며 정부의 개발 계획을 무산시켰다. 최근 소개했던 템펠호프 공원의 주민투표와 마찬가지로 베를린의 관주도 대규모 개발 사업이 시민운동과 노력에 의해 저지된 것이다. (관련기사 : 베를린 최고의 '핫 플레이스', 왜 투표까지 갔을까)

시민들이 내놓은 대안은 간단했다. 이 대안은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기존의 미디어 슈프레 사업의 단점을 개선하려는 것이었다. 미디어 슈프레 사업으로 슈프레 강 일대는 사유화되었고, 건물이 문을 닫으면 시민들은 강가로 접근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지어지는 건축물은 슈프레 강둑으로부터 50m 떨어져 지어야만 하고, 그 사이 공간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첫 번째 법칙을 세웠다. 두 번째 법칙은 새로 짓는 건축물 높이가 베를린의 전통적인 건축물 높이인 22m를 넘지 않는 것이다. 이 법칙은 베를린 건축의 기본적인 전통과 주변의 도시환경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사진 3. 쿠브리 구역, 사진에 일렬로 심어진 식물은 슈프레 강으로부터 50미터 떨어진 선을 의미한다. 이 구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 50미터 선을 지키지 않은 텐트들이 늘어났다.

2012년 독일의 BMW와 미국의 구겐하임 재단이 쿠브리에 BMW Guggenheim 연구소 설립 계획을 수립한다. 이 연구소는 영구 건축물이 아닌, 뉴욕에서 출발해서 세계의 도시를 돌아다니는 이동형 연구소였다. 주민들은 이 프로젝트가 주변 집값을 더욱 올릴 뿐만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도시에서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에 비교적 풍부한 사람들이 유입되는 인구 이동 현상)을 유발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구겐하임 재단은 쿠브리에 연구소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취소한다. 미디어 슈프레 사업까지 저지한 지역 사회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다.

당시 계획에 반대하던 시민들은 쿠브리에 텐트를 치고 머물며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이게 사람들이 살게 된 첫 계기다. 처음 이들은 스스로 텐트도 슈프레 강둑에서 5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세워둔 채 지낸다는 법칙을 준수했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이 늘어 50미터 선을 지키지 않는 텐트도 생겼다. 게다가 겉으로 보기에 지저분하고 폐쇄적인 텐트촌이 도리어 잘 모르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처음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사람들과는 다른 이념을 지닌 이들이 많아지면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은 아쉽다. 하지만 개발을 저지한 쿠브리의 상징성과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도시 개발 막는 유럽의 시민들

사진 4. 슈프레 강을 향해 열려있는 Holzmarkt, 개발이 저지된 장소는 시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창조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베를린에서는 템펠호프 공원 개발 저지, 쿠브리 개발 반대, 100번 고속국도 개발 반대 등 다양한 관 주도의 개발 사업이 제동에 걸렸다. 게다가 2024년 올림픽 개최지 지원에 대한 베를린 시정부 발표 이후, 시민들과 여러 단체의 반발로 인해 온라인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반발은 이미 유럽 사회에서 익숙한 주제이다. 독일 뮌헨에서는 'Nolympia(No Olympic이라는 의미)'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올림픽 개최 신청이 저지된 바 있다. 또한 폴란드 크라카우에서 그리고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올림픽 개최 신청에 반대하여 올림픽 개최 신청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이지만, 한 도시의 엄청난 자본과 공간이 활용되는 개발 사업이기도 하다. 그런 대형 사업에 대해 유럽 시민들은 반대를 외치고 있다. 더 이상 대형 국책사업, 대형 도시 개발 사업, 올림픽 등이 시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다. 베를린 시민들 역시도 뮌헨 시민의 뒤를 따라 2014년 7월 31일 Nolympia 연합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올림픽 개최 신청을 저지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참고로 현재 약 8000명이 참여한 Berliner Zeitung(베를린 신문)의 올림픽 개최 신청 찬반 관련 온라인 설문에서 35%가 개최 신청 찬성, 58%가 반대 그리고 7%가 상관없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도시를 직접 가꾸는 사람들

멋진 건축물과 화려한 조경시설이 없어도 베를린은 유럽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다. 오래된 건물과 공간을 활용한 거칠고 투박한 자생적인 문화와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문화와 삶을 동경하며 베를린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은 베를린에 과감히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투자는 지금까지의 쌓아온 '베를린다움'을 없애는 폭력에 불과하다. 베를린의 모습을 보면 서울의 지난 시간들이 보인다. 서울의 여러 명소들은 지금 베를린이 겪고 있는 몸살보다 더 잔인하고 빠르게 기업화되었다.

슈프레 강 한편에는 'Holzmarkt'이라는 대안 공간이 존재한다. '모두를 위한 슈프레 강' 주민투표 이후, 단순히 슈프레 강을 무차별적인 개발로부터 막는 법칙만 세우고 끝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직접 슈프레 강변의 대안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곳에는 클럽, 극장, 공원, 카페, 식당, 작은 마을 공간 그리고 작은 호텔 등의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베를린다운 모습이다. 관 주도의 상명하복식 도시개발과 한두 사람의 도시설계가와 건축가가 도시를 설계하는 방식으로는 쉽게 실현될 수 없는 모습이다.

쿠브리는 언젠가 자본의 압력에 밀려 개발될지 모른다. 이곳은 슈프레 강을 향해 열려있는 이 지역의 마지막 공간이자 미개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개발이 이루어지더라도 시민들은 강둑으로부터 50m의 공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베를린 시민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그들 스스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민들은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직접 지키고 가꾸기 시작했다. 또한 시민들은 다양한 개발 사업에 반대 의사를 표출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도 용산 화상경마장에 반대하고, 송현동 호텔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에서도 분명 베를린 시민들과 같이 우리의 도시를 지키고 스스로 가꾸는 모습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대략 축구 운동장 크기만한 공간이 개발되지 못한채 남겨져 있다.
공식적인(?) 입구. 문 앞 게시판 해석. 겨울이 문 앞으로 다가왔고, 이곳 거주민들이 추운 겨울을 견뎌내기 위한 것들이 부족하다. 이곳에서 볼 수 있듯이, 거의 모든 것을 재활용가능하니까 나무판이던, 플라스틱이건, 가구 건 우리에게 주면 감사하다. 이 공간을 활용할 아이디어도 함께 가져와주면 고맙겠다! 쿠브리에게 자유를!
빨래 건조대.
음악 연주도 하고, 담소도 나누는 공간

참조

Cuvry 관련

http://cuvrybrache.blogsport.de/

http://www.zeit.de/gesellschaft/zeitgeschehen/2014-07/cuvry-brache-kreuzberg/

http://www.slowtravelberlin.com/berlins-contested-sites/

http://www.worldcrunch.com/culture-society/anti-gentrification-activists-in-berlin-chase-away-bmw-guggenheim-project/c3s4924/#.U9bItPl_uSp

https://www.youtube.com/watch?v=1_Ls-pD7qGs

Mediaspree관련

http://www.megaspree.de/

http://bb.mehr-demokratie.de/bb-pressemitteilung.html?&tx_ttnews%5Bpointer%5D=31&tx_ttnews%5BbackPid%5D=6122&tx_ttnews%5Btt_news%5D=1924&cHash=9682f35bc494bebe3ab4c892179ee721

http://www.uni-hamburg.de/onTEAM/grafik/1098966615/GA_-_Blessingorcurse.pdf

http://www.holzmarkt.com/

올림픽 관련

https://www.rbb24.de/sport/thema/2015/olympische-spiele-in-berlin-/berlin-plant-olympische-spiele-index.html

http://www.nolympi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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