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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AURI

미세먼지가 변화시키는 도시, 슈투트가르트

by 도시관찰자 2019. 6. 13.

이 글은 AURI(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8년 겨울 VOL.32에 기고한 글(건축도시동향의 해외동향)의 글이다.

* 원문 (다운로드) 주소: http://www.auri.re.kr/pdf/20190123/3.1.pdf 

미세먼지의 수도,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 벤츠 그리고 포르셰로 상징되는 자동차의 도시 슈투트가르트(Stuttgart)는 미세먼지가 주요 환경 이슈로 자리 잡은 이래로 ‘독일의 미세먼지 수도’로 불리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시의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심각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슈투트가르트는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본사가 자리하고 있는 도시이면서, 인구당 차량 수가 0.56
으로 독일에서 제일 높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차량으로 인한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원 생성이 활발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계곡부터 분지 사 이에 자리 잡은 도시의 지형적 특징 그리고 풍량과 강수량이 적은 기후적 특징으로 인해 도시 내에서 생산된 오염물질이 쉽게 외부로 퍼져나가지 못하는 것이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슈투트가르트의 지형적·기후적 특징으로 인한 열악한 도시환경에 대한 언급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1698년 슈투트가르트시의 공작이 외부 산업인구를 끌어들여 도시를 성장시키려던 계획에 관한 담당자의 소견서에는 “슈투트가르트는 물류 수송에 적합하지 않은 계곡에 위치해 있고, 물길 또한 배를 통한 수송에 부적합하다”라며 산업과 인구 증가를 통한 도시 개발에 우려를 표하였다. 또한 “인구를 늘리는 것은 전염병을 더 심하고 빈번하게 할 것이고, 새로 지어진 건물은 신선한 공기의 유입을 더 방해할 것이다”라고 조언하고 있다.**

300여 년 전에도 이미 신선한 공기가 쉽게 유입되지 않는 지형 조건과 도시 환경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19세기 산업화 시대뿐만 아니라, 20세기 중반 주요 관측소가 설치된 이후 슈투트가르트시의 대기 질은 도시화, 도시 산업의 성장 그리고 인구 및 차량의 증가로 계속 악화되었고, 환경보호와 대기 질은 사회 내 주요 이슈로 자리 잡게
되었다.

* 2015년 기준으로, 그 다음으로 뮌헨과 뒤셀도르프가 0.48, 프랑크푸르트가 0.44 등이다. (통계기관 슈타티스타(Statista), 2015년 독일 대도시의 인구별 차량 수, https://goo.gl/MCQmSc

** 슈투트가르트 환경보전부 도시기후과. 슈투트가르트의 도시 기후 300년. https://goo.gl/VQs9An

 

그렇기에 슈투트가르트시는 오랜 세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수많은 대응책을 강구해 왔다. 1993년 있었던 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녹색 U(Grünes U)라는 이름으로 슈투트가르트 도심 내외를 휘감는 공원을 조성하고, 총
8km 구간의 녹지를 연결하여 더 신선하고 시원한 공기를 순환시키도록 하였다. 대기오염과 도시열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선한 공기길(Frischluftschneise)을 도시계획상에서 기본적인 요소로 고려해 왔고, 슈투트가르트21과 같은 대규모 도심 개발 사업은 사전의 마스터 플랜(1997)에서 도시기후에 관련된 추가 연구로 바람길 등의 도시기후
에 대한 영향을 사전 검토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녹색 인프라(Grüne Infrastruktur)라는 이름으로 각종 도시 녹화사업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그런 노력 덕택에 슈투트가르트시의 이산화황이나 먼지 침전 같은, 교통과 연관 없는 오염원으로 인한 대기오염은 충분히 감소되었다. 하지만 산화질소*, 미세먼지(PM10), 오존 등과 같이 교통과 관련된 오염원으로 인한 대기오염은 여전히 남아 있거나 오히려 더 심각해졌고, 지난 10여 년간은 이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 현재 산화질소 배출 원인의 60%는 차량 운행으로 인한 것이고, 그중 대부분이 디젤 차량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됨.

✽✽ 슈투트가르트시 홈페이지. 슈투트가르트시의 대기. https://goo.gl/CbCxgK

 

현재 슈투트가르트시의 미세먼지 대책

대기오염정화계획

2005년 슈투트가르트시 의회는 대기오염정화계획(Luftreinhalteplan)을 통과시킨다. 총 30개의 대책이 포함되어 있던 이 계획은 도시 내 구역별 대기질 개선에는 효과를 거두었으나, 도시 전역에서 대기오 염 수준을 기준치 이하로 완화시키는 것에는 실패하였다. 이에 시 의회는 2010년 추가적인 조치를 포함한 대기오염정화계획 1차 개선안 그리고 2014년 2차 개선안을 도입해 가며, 미세먼지 경보 기준치 이하의 수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2차 개선안까지 반영된 채로 운영되어 온 대기오염정화 대책은 슈투트가르트시 환경보전부 도시기후과 홈페이지를 통해 대기오염정화 대책표를 작성하여 대책별 운영 기간 그리고 담당기관 등을 표기한 채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대기오염 대책은 2018년 11월 30일 슈투트가르트시 의회에서 통과된 대기오염정화계획 3차 개선안으로, 그중 디첼 차량 운행 금지가 들끓는 찬반 여론 속에 사회의 이슈로 자리 잡았다. 2015년 독일 환경도움협회(Deutsche Umwelthilfe e.V.)는 독일의 여러 연방 주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주별로 대기오염정화계획을 수정하여 이산화질소 기준을 지키는 것을 의무화하며, 디젤 차량의 전면 운행 금지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환경도움협회가 소송을 걸었던 슈투트가르트시와 뒤셀도르프시에 대해 디젤 차량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고, 이에 슈투트가르트시는 2019년 1월 1일부로 미리 신고한 예외적인 운행 허가 차량* (Braun, 2018)을 제
외하고 유로 4 디젤 차량은 전면 운행 금지시킨다. 2020년부터는 유로 5 디젤 차량도 운행을 금지시킬 예정이다(Schwarz, 2018).

기후계획패스**

슈투트가르트시 도시계획 및 도시재생부에서는 기존에 운영 중이던 슈투트가르트 지속가능한 건설부지관리(NBS) 플랫폼 정보를 바탕으로 슈투트가르트 기후계획패스(KlippS)를 구축하였다. KlippS에서는 NBS 데이터 내의 부지 약 360곳 가운데 59곳을 선정하여 인간·생물기후학적 가치, 인간·생물·기후학적 대책 필요도를 평가하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시기후(특히 열)에 대한 예측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계획상 지침의 근거는 물론, 독일건설법이 요구하는 기후보호와 기후변화적응에 적합한 기후와 연관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는 기초를 마련하였다.

* 2019년 12월 10일까지 예외적인 허가를 위한 1,311개의 서류가 접수되었고, 그중 243대의 차량에 대해 허가가 난 상황. 슈투트가르트시의 예측에 따르면 약 7만 2,000대가 운행 금지에 해당 된다고 함.

** 바덴 뷔르템베르크의 환경청(LUBW). KlippS – Klimaplanungspass Stuttgart. https://goo.gl/iJSnWV

슈투트가르트시의 미세먼지 대책의 성과와 의의

슈투트가르트시의 미세먼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늘 등장하는 장소가 암네카토어(Am Neckator) 구역이다. 이곳은 슈투트가르트시의 대기오염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다. 슈투트가르트시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 중 하나인 국도 B14가 지나가는 도심 구역인 암네카토어는 유럽연합의 미세먼지 수치 기준✽을 2005년 187회, 2006년 175회,
2008년 89회, 2009년 112회 그리고 2010년에는 104회 초과해 온 곳이다. 미세먼지로 악명 높던 장소인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대기오염 정화대책을 거치며 2011년부터 기준치 초과 횟수가 100회 미만으로 떨어졌고, 지난 2017년에는 45회 그리고 2018년 11월 20일 기준으로 20회로, 기준치 초과 일수가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동시에 이산화질소 수치 또한 비슷한 수준으로 완화되었다.

슈투트가르트시 현황 소개에서 언급하였듯이 슈투트가르트시의 대기오염 문제의 주요 원인은 차량 교통과 도시 내부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통제 가능한 주오염원이었다. 이에 시는 도시 교통 운행에 대한 통제·규제 및 최적화 등 오염원 발생을 사전에 최소화하는 대책, 교통이 유발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정화 및 처리 등과 같은 사후 대책을 중점적으로 실
행하며 효과적으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런 시도 덕에 그동안 오랜 세월 바뀌지 않던 시민들의 의식과 도시의 물리환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시에서뿐만 아니라 독일의 수많은 도시에서는 오랜 세월 유지되어 온 차량 교통 중심적 생활 패턴과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도심에는 더 많은 보행자 구역이 생겨났고, 도심을 관통하는 주요 도로는 기존 시속 50km 구간(Tempo
50) 등에서 시속 30km 구간(Tempo 30)으로 바뀌고 있다. 괴팅겐시 같은 경우 도시 전역에 시속 30km
구간을 실험할 예정이다.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되도록 많은 차선을 확보하고 폭이 넓게 조성된 도심의 도로 체계는 도시계획적으로 구역 간 단절을 만든다는 등의 이유로 비판을 받아 왔음에도 이뤄진 변화는 적었다. 하지만 대기오염과 미세먼지가 시민들의 건강과 일상을 위협한 이후 사람들은 도심의 도로 폭을 좁히고, 차량 운행속도를 제한하는 것에 덜 반대하
고 있다. 또 그동안 도시의 교통이 차량을 중심으로 이해되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이동수단을 종합한 모빌리티(Mobility)에 대해 고민한다. 주요 도시별로 공유자전거와 자전거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변화의 한 예시다. 대기오염이 사람들의 도시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 연간 35일 이상 미세먼지 수치가 24시간 기준 50 μg/m³ 넘겨서는 안 되고, 이 외의 오염도 기준이 존재한다.

참고 기사

  • Braun, T. (2018). Bisher nur 1300 Anträge auf Ausnahmegenehmigung. Stuttgarter Nachrichten. [online] Available at: https://goo.gl/1PNTa9 [Accessed 1 Dec. 2018].
  • Schwarz, K. (2018). Euro-5-Verbot am Neckartor früher möglich. STUTTGARTER-ZEITUNG. [online] Available at: https://goo.gl/d9WeAW [Accessed 1 Dec.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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