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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I MAKE 00

모두에게 열린 공동주택 단지, 베를린 슈프레펠드(Wohngenossenschaft Spreefeld)

by 도시관찰자 2019. 8. 14.

올해 2월 부터 티팟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사이트 I MAKE 00 에 베를린의 도시 (대안) 공간에 관한 글을 연재하기로 하였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하던 글에 비해서는 아주 짧은 글이지만,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대안 공간의 특징과 이와 관련된 논의점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 I MAKE 00에 실린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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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레펠드 공동주택 단지로 진입하는 공공 도로

2008년 미디어 슈프레 프로젝트가 베를린 시민들의 주민 투표로 무산됐다. 베를린을 가로지르는 슈프레 강변을 개발해 국제 기업을 유치하는 대규모 계획이었다. 독일 건축 센터(DAZ)와 슈프레 강변 사이, 오랫동안 비어 있던 땅도 개발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 그 곳은, 프로젝트가 그대로 진행됐다면 불가능했을 매우 독특한 장소로 바뀌었다.

 

시민들의 뜻을 존중해 지은 주택 단지

슈프레펠드 공동주택 단지의 외부 프로그램. 노란색의 길은 사유지지만 공공 도로 역할을 한다 ⓒBau-und Wohngenossenschaft Spreefeld Berline

'슈프레펠드 주거 공동체(Bau- und Wohngenossenschaft Spreefeld Berlin eG, 약칭 ’슈프레펠드)’가 변화를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2013년 3채의 주거용 건물로 구성된 주택단지를 짓고 입주한 이들이다. 대부분이 사무용인 슈프레 강변 건물들 사이에서, 공동주택 단지는 용도부터 독특했다. 하지만 이곳을 독특하게 만드는 가장 큰 차별점은 슈프레펠드의 운영 원칙이다. 바로 미디어 슈프레 프로젝트에 반대한 시민들의 뜻을 존중해, 슈프레 강변을 공공에 개방하는 것이다.

슈프레펠드의 1층은 목공 워크숍 등 행사가 열리는 스튜디오와 공유 주방, 유치원과 코워킹 스페이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설계된 것이다. 그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 주택과 공동체 공간 등은 2층 이상에 배치했다.

주택단지는 담장이 없고, 진입로가 불편하지 않으며, 외부인을 배제하려는 의도적인 디자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진입로를 통해 슈프레강으로 접근할 수 있고, 인공으로 조성된 작은 강변 모래사장에 앉아서 지나가는 유람선을 구경할 수도 있다. 이 강변 공간은 슈프레펠드 주거 공동체가 공공에 개방하지 않았다면, 사유지로 독점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도시의 공유지를 넓히는 의미 있는 실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슈프레펠드 단지 내 강변 모래사장

물론 슈프레펠드 사례를 단순히 낭만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애초 이 주택단지의 입지가 외부인 유입이 잦은 곳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만일 이곳이 도심이었거나, 관광지였거나, 어떤 이유로든 외부인 유입이 잦은 장소였다면, 외부인에게 개방한다는 원칙이 지금처럼 잘 유지될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같은 지역 내에서,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목표로 공동주택 부지 내 잔디밭을 이웃에게 개방했던 R51 건설그룹 주거 공동체는 여러 문제점과 한계에 부딪쳐 결국 담장을 쳤다.

하지만 현대 도시에서 공적 공간마저 사유화되고 있는 흐름을 거슬러, 자신들의 부지를 개방하려고 하는 슈프레펠드는 공공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사례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주택 단지 내부도 공공 도로와 큰 경계 없이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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