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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I MAKE 00

갈등하는 대안공간, 베를린 노이쾰른 클룽커크라니히(Klunkerkranich)

by 도시관찰자 2019. 8. 15.

베를린 노이쾰른의 클룽커크라니히(Klunkerkranich)에 대한 짧은 이야기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장소이고, 분량의 제약도 있고, 개인적으로 별 관심이 없는 부분있기도 하여, 이 장소가 얼마나 잘났는지, 얼마나 힙한지에 대한 평가는 최대한 생략한채로 클룽커크라니히라는 대안적 장소에 대한 이야기와 그 안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 I MAKE 00에 실린 원문 링크: http://imake00.com/archives/issue/%EB%8F%85%EC%9D%BC?pnum=1&type=issue

 

[독일00리포트] 갈등하는 대안공간, 클룽커크라니히 | I MAKE 00

imake00.com

 

[독일00리포트] 갈등하는 대안공간, 클룽커크라니히

베를린 노이쾰른은 전통적으로 이민자들이 많았고, 최근 젊은 유학생들과 예술가들이 유입돼 다양한 문화가 형성된 지역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매력적인 장소가 존재하지만, 그중 클룽커크라니히(Klunkerkranich)를 빼놓을 수 없다. 클룽커크라니히는 2000년 개장한 쇼핑몰인 노이쾰른 아케이드 옥상에 위치한 대안 문화 공간. 공동체 정원, 카페, 클럽이자 갖가지 문화 행사가 열리는 장소다.

 

클룽커크라니히의 모습

자동차를 위한 옥상을 사람을 위한 장소로

원래 옥상 주차장으로 설계됐지만, 오랫동안 비어있었던 이 공간의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은 클룽커크라니히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도리안(Dorian M.)씨. 그는 쇼핑몰 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다가 이곳을 찾아냈다. 스케이트를 타면서 도시의 풍경을 즐기기에 딱 좋았던 것이다. 문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직감한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문화기획사 클랑죽트의 영상 촬영을 하고, 수백 명이 참여하는 오픈 에어 파티를 열어 이곳을 알렸다. 

 

클룽커크라니히에서 바라본 베를린 풍경

이후 이곳을 실제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계획이 급물살을 탔고, 임대 계약과 공사 과정이 이어졌다. 주차장이었던 곳을 요식업이 가능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 공간으로 변경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추후 운영 수익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용 문제 외에도 여러 건축법 관련 문제가 불거지는 우여곡절 끝에, 당초 2012년에 개장하려던 클룽커크라니히는 2013년에나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베를린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장소가 되었다.

 

문화적 도시 재생, 그 너머의 가능성

“우리는 도시 안에서 어떤 농업과 정원의 컨셉트가 가능한지 보여주려고 합니다.”

공동 창업자인 로빈(Robin S.)씨의 말처럼 클룽커크라니히는 다양한 도시 농업과 정원의 요소로 생기를 띠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텅 빈 옥상 주차장이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없는 모습이다.

 

클룽커크라니히로 올라가는 램프에 설치된 수직 정원

지난 10여 년간 베를린에서는 유행처럼 수많은 대안 공간이 생겨났다. 클룽커크라니히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전에 카페와 클럽을 운영해 온 창업자들의 노하우가 반영돼 그 어느 곳보다도 유명해졌다. 상업적인 면모가 많이 있고, 이로 인해 최근까지도 공동 창업자들 간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등 잡음이 있었지만, 버려진 공간을 가꾸어 문화 공간으로 만든 데에서 그치는 전형적인 도시 재생 사례를 넘어 대안 문화 공간의 경제적 성공 가능성과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 갈등의 소지까지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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