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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I MAKE 00

불법의 경계에 서있는 베를린 타이 공원(Thaipark)

by 도시관찰자 2019. 8. 21.

최근 베를린의 날씨가 완연한 여름이다. 여름의 베를린은 그 어느도시보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 글에서 소개하는 곳만큼 베를린의 다양성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장소도 없다고 생각한다. Thaipark 혹은 Thaiwiese라고 불리는 곳의 이야기다.

* I MAKE 00에 실린 원문 링크: https://goo.gl/4ge6RI

 

[독일 00리포트] 단속반 뜨면 사라지는 베를린의 명소, 타이공원 | I MAKE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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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00리포트] 불법의 경계에 서있는 베를린 타이 공원

단속반 뜨면 사라지는 베를린의 명소, 타이공원

긴 겨울이 지나고 야외 활동하기 좋은 봄이 되면, 베를린 빌머스도르프의 프로이센 공원 잔디밭에는 주말마다 알록달록한 파라솔이 가득 펼쳐진다. 그리고 그 아래는 파라솔 색보다 더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판매대로 가득 찬다. 타이공원(Thaipark) 혹은 타이잔디밭(Thaiwiese)라고 불리는 이곳에서는 매년 5월 즈음부터 태국 음식뿐 아니라 아시아의 각종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아시아 출신 이주여성들의 홈메이드 음식이 명물이 된 장소

1994년 무렵부터 이 공원은 인근 태국 주민들이 주말마다 모국어를 쓰는 친구 및 지인들을 만나는 모임 장소였다. 집에서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여가를 즐기기도 했다. 주를 이룬 사람들은 70~80년대에 독일 남성과 결혼하며 모국을 떠나 이주해온 태국 여성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필리핀, 중국, 베트남 출신 주민들도 점점 늘어났고 어느새 이곳은 여러 아시아 여성들이 집에서 싸온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파는 장소가 됐다.*

* http://www.tagesspiegel.de/berlin/stadtleben/thaipark-in-wilmersdorf-ein-stueck-asien-in-berlin/6944574.html

 

베를린 프로이센 공원은 아시아 각종 음식을 만날 수 있어 '타이 공원'이라는 별칭으로 더 알려져 있다

타이공원의 음식들은 기존 아시아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들과는 달랐다. 유럽식으로 맛을 변형시키지 않고 본래의 레시피로 조리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베를린 시민이나 관광객들에게까지 인기를 끌었고, 각종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공원에서는 바비큐 시설을 제외한 기구를 이용한 조리 행위 및 상행위가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 근본적 문제였고, 흐르는 물이나 전기 등의 설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위생 문제도 제기됐다. 음식 쓰레기도 골칫거리였다. 이에 베를린시는 2011년 타이공원에서의 음식 판매를 금지했고, 그 이후 불법 영업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 http://www.bz-berlin.de/artikel-archiv/berlins-thai-park-soll-verschwinden

 

단속반 뜨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눈 가리고 아웅’의 세월

최근에는 독일 레스토랑 연합에서 “타이공원 상인들이 불법 음식 판매를 하며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항의하기도 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타이공원에서는 음식 판매가 시작됐다. 이곳의 상인들은 공식적으로는 소풍을 나온 것이고, 단속반이 눈에 띄면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자신이 음식을 먹는 척 하며 단속을 피한다.

매년 봄부터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 여성들이 홈메이드 음식을 판다

파라솔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법이어서, 단속반이 나타나면 파라솔이 일제히 순식간에 정리되는 풍경이 펼쳐진다. 이렇게 서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상황이 몇 년째 반복되는 와중에, 올해 타이공원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풍성하고 다양한 아시아 음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법과 다양성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

지난 20여 년간, 타이공원은 각종 법과 규정을 토대로 이룩된 독일 사회와 다양성으로 상징되는 베를린 문화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원래 이름인 프로이센 공원보다 타이공원이라는 이름이 익숙해진 베를린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매년 봄마다 ‘불법 행위’와 관청의 단속 사이에서 이 장소가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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