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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I MAKE 00

여행자가 차지한 주민들의 다리, 베를린 제독의 다리(Admiralbrücke)

by 도시관찰자 2019. 8. 16.

여행이 점점 보편화될수록 여행객과 주민간의 갈등이 커지는 것은 전세계 주요 관광도시들이 직면한 커다란 문제 중 하나다. 오래전 소개했었던 베니스, 바르셀로나 그리고 베를린의 관광지화/디즈니화는 이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현실을 알게된 대표적 사례의 도시들이다. 이번 글은 수년여간 그러한 문제로 끊임없는 갈등이 있었던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의 제독의 다리(Admiralbrücke)를 둘러싼 짧은 이야기다. 

*참고로 제독의 다리는 페이스북 체크인 기능에서 약 1700명 가량이 체크인을 할 정도의 관광 명소다...

** I MAKE 00에 실린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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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00리포트] 여행자가 차지한 주민들의 다리, 제독의 다리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를 관통하는 란트베어 운하(Landwehrkanal)위의 수많은 다리 중 제독의 다리(Admiralbrücke)가 있다. 길이 30m, 폭 20m 남짓한 그다지 특별해보이지 않는 다리지만 날씨가 좋아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인기 장소다. 이 자발적인 모임 행렬은 종종 새벽까지 술과 음악이 함께 하는 흥겨운 야외 파티로 이어지곤 한다.

 

제독의 다리를 둘러싼 여행자와 주민의 갈등

새벽까지 이어지는 파티는 참여자들에게는 유쾌한 일이겠으나, 누군가에게는 매일 잠자리를 방해하는 불쾌한 소란이다. 지난 수년간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에는 이 다리에서 사람들을 해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경찰 혹은 중재자 투입 등)가 있었다.*

때로는 성공했고, 때로는 실패했다. 특히 이 장소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지역 사정을 모른 채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여행자여서, 매년 그 전쟁은 반복해서 이루어지고 있고, 주민들은 밤새 사람들이 떠들고 즐길 수 없는 추운 겨울이 되서야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였다.

 

"여행자가 못 놀게 오줌을 싸버리자!"

슬슬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던 지난 3월 중순 인터넷을 달군 한 행사 공지가 있었다. 바로 4월 20일 밤에 제독의 다리에 단체로 오줌을 싸버리자는 이벤트였다!* 이 행사는 결과적으로 한 음반 회사가 고안한 페이크 행사였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그전까지 이 충격적인 행사 관련 기사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여행자와 이 지역 내 젠트리피케이션을 비난·혐오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반면 여행자 등에게 모든 문제를 덮어씌우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애초 제독의 다리를 단순히 운하를 건너는 용도가 아닌,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사용했던 것은 바로 인근 주민들이었다. 그들은 운하 변 나무를 베어버리는 사업에 반대하기 위해 주민청원 운동을 하며 제독의 다리를 서명 및 모임 장소로 사용했었다. 그런 사연이 이후 베를린을 소개하는 여행 책과 블로그 등에서 언급됐다. 지역 주민만의 비밀스러운 장소, 가장 낭만적인 다리 등으로 소개된 후, 지금의 상황까지 이르렀다.

 

다양한 공간이 발생한 베를린의 상징적 장소

도시의 질서가 체계적으로 계획된 세계 주요 도시들과 다르게 베를린은 2차 세계대전 및 도시 내 분단으로 인해 다양한 공간들이 발생하는 식으로 형성됐다. 도심 속 버려진 건물이 예술가들의 거주지와 작업실이 되기도 하였고, 다리 옆 허름한 공간은 밤사이 화려한 클럽으로 변하기도 하였다. 수많은 사람들과 여행자들은 그러한 베를린의 정돈되지 않은 모습에 매력을 느끼며 몰려 들었다. 제독의 다리는 일상을 살아가는 주민과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 간의 갈등뿐 아니라 질서정연한 도시공간과 그렇지 않은 도시공간의 균형을 둘러싼 갈등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참고기사

* http://www.berliner-zeitung.de/berlin/admiralbruecke-in-kreuzberg-feiern-bis-zur-raeumung-807000

** http://www.kraftfuttermischwerk.de/blogg/pinkeln-gegen-gentrifizierung-das-grosse-admiralbruecke-anpinkeln/

*** http://www.morgenpost.de/bezirke/friedrichshain-kreuzberg/article209983631/Gentrifizierungsgegner-wollen-Admiralbruecke-vollpinkel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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