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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AURI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프로젝트의 명암

by 도시관찰자 2019. 6. 9.

이 글은 AURI(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7년 봄 VOL.25에 기고한 글(건축도시동향의 해외동향)의 원본 글이다.

* 원문 (다운로드) 주소: http://www.auri.re.kr/pdf/20171Qmagazine_S/3.3.pdf

 

다시 주목받는 함부르크 하펜시티 프로젝트

함부르크 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엘베 필하모니 콘서트홀 완공을 앞두고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난 공사비 등 여러 이유로 비판에 시달려 왔지만, 근사하게 완공된 건물 앞에선 모두가 찬사를 보냈다. 자연스럽게 엘베 필하모니 콘서트홀이 위치한 함부르크 하펜시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다시금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함부르크는 독일 내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도시일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내에서 막강한 경제 규모를 자랑하며 오랜 세월 항구 도시로서의 명성과 기능을 이어오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1997년 본격적으로 계획과 개발에 들어간 하펜시티는 현재 총 프로젝트의 50% 이상이 완공되었고, 그간 두 번의 마스터플랜 수정과 수많은 건축・조경 공모전을 통해 프로젝트의 완성도뿐 아니라 다양성을 높여 갔다.

하펜시티가 건설되고 있는 장소는 19세기 중 반까지 구도심의 성곽 밖에 위치한 두 섬(Grosser Grassbroock과 Baaken-Wärder)이었다. 이 섬에는 19세기 후반이 돼서야 산업화의 물결이 도달하였다. 도시의 팽창으로 철로가 건설되었으며, 창고와 물류 단지로 개발이 이루어졌다. 현재 하펜시티에 접해 있는 슈파이셔 슈타트(Speicherstadt)는 그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2015년 유네스코 문화 유산에 등재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폭격의 주요 대상지였던 함부르크는 폐허에서 국제 무역과 언론의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구도심에 인접하였던 과거 산업・항구 시설은 점차 엘베 강 건너편으로 이전되었다. 이와 함께 하펜시티가 위치할 지역의 산업시설 역시 점점 쇠퇴하였고, 도심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건설로 물리적 단절까지 더해지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그림 1. 함부르크 구도심과 주요 돌 및 하펜시티의 위치도(점선:하펜시티 프로젝트 대상지, 실선: 함부르크 시내 주요 도로)  ©OpenStreetMap contributors

하펜시티 프로젝트 계획 수립 과정

하펜시티와 잊고 있던 땅을 이용하려는 구상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시작되었다. 북유럽과 유럽 대륙, 그리고 동독과 서독의 경계에 서 있는 지리적 강점 덕분에 통일 이후 도시 경제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이에 걸맞은 새로운 도시개발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구도심에 인접해 있지만 오랜 세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였던 두 섬이 프로젝트 대상지로 떠올랐다.*

1995년 시 정부는 항구 및 택지개발회사(Gesellschaft für Hafen- und Standortentwicklung: GHS)를 설립하여, 대상지 내 민간 건물을 모두 사들였고, 동시에 기존의 시설을 엘베 강 건너편으로 옮기기로 결정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추후 거주민과의 법적 분쟁이나 건물 소유주와의 부동산거래 문제 그리고 시민단체와 충돌하는 경우가 잦은 도시개발 사업
과정에서, 그러한 장애물 없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초 토대를 마련하였다.**

하펜시티 프로젝트의 첫 구상안은 1996년 당시 함부르크 시장이었던 헤닝 포셰라우(Henning Vorscherau)의 비밀스러운 요청으로 건축가이자 교수인 볼크빈 마르크(Volkwin Marg)가 맡았다. 이 계획안을 바탕으로 1997년 5월 포셰라우 시장은 ‘하펜 시티 비전‘이라는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같은 해 8월 계획 개발 승인이 난다. 하펜시티 비전의 가
장 큰 목표는 당시 부족하였던 함부르크의 주택 지역과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사무 지역으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 도시개발에 소셜 믹스가 가능한 ‘모두를 위한 주택‘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였다.

* Dziomba(2009), p.117

** HafenCity Hamburg GmbH(2016)

 

1999년 하펜시티 국제 공모전과 2000년 마스터플랜

하펜시티 비전을 바탕으로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었다. 바로 1999년에 개최된 국제 공모전을 위한 연구였다. 수많은 투자자와 개발업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 하펜시티 국제 공모전에서 네덜란드의 케이스 크리스티안서(Kees Christiaanse)와 독일의 ASTOC 팀이 당선되었다.

도시개발에 있어 빠른 사회의 변화로 인해 더 이상 마스터플랜이 유효하지 않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고정된 원칙과 개발 중 수정이 가능한 규칙을 바탕으로 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하였다. 총 8개 구역으로 분할된 계획안은 구역마다 특성에 맞춰 다른 기능과 도시 구조를 가지도록 계획되었다.*

당선작은 1년간 추가 작업이 이루어졌고, 2000년에 GHS의 승인과 시 의회의 승인을 거쳐 21세기 유럽형 도시개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동시에 함부르크의 항구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세운다는 목표로 최종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초기에 사들인 땅의 가치에 비해 2000년 당시 땅값이 치솟는 바람에 계획안이 좀 더 고밀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8개
로 나뉘었던 구역이 총 18개의 구역으로 세분화되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계획되었다.**

2001년과 2004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GHS 회장 자리에는 함부르크 노동경제청의 회장(2002), 올레 폰 보이스트(Ole von Beust) 전 함부르크 시장(2003) 그리고 미하엘 프라이탁(Michael Freytag, 2004)이 거쳐 갔다. 미하엘 프라이탁은 GHS 회장직 이후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함부르크 도시개발 환경청 장관을 지냈다. 거쳐 간 회장들의 경력만 보더라도, 하펜시티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많은 권력의 힘이 모아졌음을 알 수 있다.

GHS는 2004년 하펜시티 함부르크 유한책임회사(HafenCity Hamburg GmbH: HCH)로 이름을 바꾸고, 동시에 국제 투자자 입찰을 시작하였다. 매력적인 계획안임에도 여전히 도심 고속도로로 단절된 하펜시티 지역은 기업이나 투자를 유치하기에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다. 2006년 말 HCH는 함부르크 도시개발 환경청이 하펜시티 프로젝트의 B-Plan을 다른 프로젝트의 B-Plan에 앞서 우선적으로 수정 하는 특별 지위를 얻게 된다. 이를 통해 계획 과정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밀어주기’에도 불구하고 2007~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건설 및 투자 시장이 침체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펜시티의 랜드마크이자 주요 건축 프로젝트였던 엘베 필하모니 콘서트홀의 공사비용이 2008년 말에 이미2억 900만 유로 (약 2,564억 원)에서 3억 2,300만 유로로 치솟았다. 게다가 2009년에는 유럽 재정위기까지 겪게 되었다.**** 그 와중에 18개의 구역 중 첫 두 공사 구역이었던 암산트토어카이(Am Sandtorkai) 구역과 달만카이(Dalmannkai) 구역이 성공적으로 완공되었다. 공사 시작 8년 만에 하펜시티는 사람이 살고 일하는 장소가 되었고, 1.7km에 달하는 강변 산책로가 조성됨에 따라 사람들이 수변 공간을 더 자유롭게 항유할 수 있게 되었다.

http://www.kcap.eu/en/projects/v/hafencity/ 

** HCH(2013)

*** Dziomba(2009), pp. 125~126

**** http://www.hafencity.com/en/overview/hafencity-development-facts-and-figures.html

 

2010년 마스터플랜 수정안과 현재

약 10년간의 계획과 개발 끝에 마스터플랜의 전반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첫 번째 이유는 두 번의 경제위기 뒤에 닥친 재정 문제였다. 또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부지가 개발 대상지로 지정되어 실제 개발구역이 123ha에서 128ha로 증가한 데다, 총 연면적이 150만m²에서 232만m²로 크게 늘어난 것도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첫 마스터플랜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던 홍수방지 계획이 새 마스터플랜에 포함되었다.* 하펜시티 비전보다 밀도가 높아졌던 2000년 마스터 플랜보다도 훨씬 고밀화된 마스터플랜을 통해 투자가로부터 더 많은 자본을 끌어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마스터플랜 수정이 불가피해진 또 다른 이유는 당시 함부르크 시가 2024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한 야망**을 품고 있었고, 따라서 올림픽 유치를 위해 필요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야 하였기 때문이다.***

기존의 업무・거주 용도의 개발에서 최근에는 다양한 교육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하였고, 지하철 노선이 연장되는 등 점점 더 사람이 살아가는 지역의 구색을 갖추고 있다. 2015년에는 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위해 마스터플랜을 일부 수정하였다. 지난해에는 하펜시티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로세 공원이 개장하였고, 엘베 필하모니 콘서트홀이 완공되었으며 전체
프로젝트의 50% 이상이 진행된 상태이다.

* HafenCity Hamburg GmbH(2016)

** http://fairspielen.de/ein-stadtteil-fuer-olympia/ 

*** 함부르크 시의 올림픽 유치는 시민단체의 반대 운동과 주민투표를 통해 무산되었다. 

평가

21세기 유럽형 도시개발의 새로운 모델을 표방한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전형적인 20세기 관 주도의 도시개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젝트 시작부터가 시장의 비밀스러운 목표였고, 이는 정상적인 민주사회의 공공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땅을 미리 매입한 것은 결과적으로 두 번의 경제위기와 엘베 필하모니 콘서트홀의 재앙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가 좌초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비밀스럽게 준비된 채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계획 및 개발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단지 축제나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러한 축제와 행사는 도시개발 역시 하나의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여 주기도 한다. HCH와 함부르크 시는 하펜시티 개발 구역을 공공에 개방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였으며, 이에 수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도시개발의 현장을 구경하고 각종 행사에 참여하였다.

유연한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한 하펜시티는 ‘건축 동물원‘이라는 비판 아닌 비판을 받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로 가득하다. 하지만 초기에 정치권에서 요구하였던 소셜 믹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고급주택 단지와 오피스 단지로 개발되었다는 점은, 겉모습만 다양할 뿐 사회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게다가 하펜시티가 개발되는 동안 함부르크 시의 주택난이 더욱 악화되었는데도, 시 정부가 100% 땅을 소유한 하펜시티 프로젝트가 그 문제를 전혀 완화시켜 주지 못하였다는 것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비판받을 문제다.

 

참고문헌

  • Dziomba, M.(2009), Städtebauliche Großprojekte der urbanen Renaissance, Berlin [u.a.]: LIT.
  • HafenCity Hamburg GmbH(2016), HafenCity Hamburg, http://www.hafencity.com/ (Accessed 13 Jun. 2016.) 
  • Ges. für Hafen- und Standortentwicklung(GHS)(2000), HafenCity Hamburg - Der Masterplan. Hamburg: Ges. für Hafen- und Standortentwicklung.
  • GHS(2003), Städtebaulicher Wettbewerb - das Ergebnis. Hamburg: GHS.
  • HafenCity Hamburg(HCH)(2013), Themen Quartiere Projekte. Hamburg: HafenCity.
  • Tiedemann, A.(2012), Bei Touristen kommt die HafenCity gutan, http://www.abendblatt.de/hamburg/article107727213/Bei-Touristen-kommt-die-HafenCity-gut-an.html (Accessed 13 Ju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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