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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녹색전환연구소

[자유를 위한 공원 02] TEMPELHOFER FREIHEIT(템펠호프의 자유)

by 도시관찰자 2019. 5. 17.

* 이 글은 녹색전환연구소의 지구촌 녹색전환 소식 3호(2014년 7월) 기사를 부분 편집 후 재 게시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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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녹색전환 소식 3호 기사 (회원 가입 후 이용 가능) : http://www.igt.or.kr/index.php?mid=worldnews

 

 

[자유를 위한 공원 02] TEMPELHOFER FREIHEIT(템펠호프의 자유)

사진 1. 투표 전날 템펠호프 공원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시민 단체의 모습

지난 5월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두 가지 투표가 있었다. 하나는 유럽 의회 투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베를린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템펠호프 공원의 개발에 관한 주민투표였다. 두 번째 투표의 결과는 시민의 승리로 요약할 수 있었다. 정부의 개발안에 맞선 시민주도 단체의 제안이 선택되고, 정부의 제안이 거부당한 것이다.

 

사진 2. 시민권이 없는 거주민의 투표권을 주장하는 시위의 모습

전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논란 때처럼 투표의 과정도 투표 결과도 사실 쉽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투표였다. 시민 단체나 정부도 이 복잡한 투표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투표지에는 두 가지 질문이 있었다. 두 가지 질문에는 예 그리고 아니오의 대답을 해야 했다. 첫 번째 질문은 ‘100% 시민주도의 템펠호프 공원'이라는 시민 주도 단체가 제안한 템펠호프 공원 법 제정에 관한 찬반이었다.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에 나온 개발 반대 법* 제정과 별도로 시정부가 이미 제안했던 템펠호프 공원 일부 구역의 개발안 진행에 관한 찬반이었다. 즉, 첫 번째 질문에 예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예를 선택하면, 지금 제안된 개발안을 진행하지만, 그 이상의 개발이 없는 개발 타협안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었다. 결과는 첫 번째 질문에는 64.3%가 예를 선택하며, 템펠호프 공원을 더 이상 개발이 없는 구역으로 지정하는 법률 제정에 대해 찬성하였고, 두 번째 질문에는 59.2%가 아니오를 선택 하며 현재 정부의 개발 제안을 저지했다. 즉, 개발안도 개발 타협안이 아닌 온전하게 공원을 지켜낸 것이다.

* ThFGesetz, 템펠호프 공원을 개발 없이 유지한다는 취지의 법이다.

 

사진 3. 베를린의 유명 관광지인 마우어파크 인근 주택의 현수막 “이 지역에 고급주택은 필요 없다!”

시민들이 승리했다. 하지만 베를린에서 6개월 이상 산 사람들은 한결같이 베를린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집값(월세)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화 시대의 어느 도시에서 안 그렇겠냐만은, 베를린의 지난 몇 년간의 집값 상승률은 확실히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템펠호프 공항 부지를 개발하려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주택 개발이었고, 또한 그것은 가장 큰 논쟁점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적정 주택’* 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템펠호프 공원 개발 사업이 베를린의 부족한 주택 상황을 고려해 적정 주택이 중심의 개발 공약인 것처럼 이야기했으나, 시민단체들의 조사에 의하면 적정 주택은 터무니없이 낮은 비율**로 공급되는 계획안이었다. 게다가 그마저도 평당 임대료 3 수준은 과거에 비해 많이 오른 현재 베를린의 적정한 평당 임대료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 영어로는 Affordable Housing, 독일어로는 bezahlbare Wohnung으로 일반 시민이 지불 가능한 수준의 (임대) 주택을 의미한다.

** 개발안의 전체 주택 공급량 중 18%인 약 850 Wohhungen, 1 Wohnung은 일반적으로 약 100sqm에 해당한다.

 

사진 4. 창문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집을 붙여서 짓고, 그로 인해 기존 거주민이 집을 옮길 수밖에 없게 만들어 주택 개량을 해서 논란을 일으킨 고급 주택 개발

한국에서 방영된 독일 관련 다큐멘터리와 기사들을 통해 사람들은 흔히 독일은 세입자의 천국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 독일에서도 실제로 는 수많은 세입자가 각종 치사한 방식으로 억압받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심지어 한 겨울에 강제로 쫓겨나고, 대책 없이 쫓겨나서 목숨을 잃는 세입자도 허다하다. 또한 베를린에서는 최근 10여 년간 이와 같은 현상이 심화되었다. 재미난 점은 템펠호프 공원 주민투표가 종료된 이후 정부가 보여준 모습이었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금방 대체 부지를 찾아냈으며, 기존에 개발 예정 중인 사업에 대한 빠른 승인 절차를 통해 부족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었다. 즉, 또 다른 대안이 분명히 존재했던 것이다. 다만 그런 대안을 찾기에 앞서 사람들은 많이 찾아오는 공원이지만 개발되지 않은 텅 빈 불모지 같은 정부 소유의 땅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앞섰던 것이었다.

 

사진 5. 시민들의 힘으로 도심고속도로 개발을 저지하고 공원화 시킨 베를린의 Gleisdreieck 공원

베를린에서는 템펠호프 공원 개발 저지한 이번 사례를 제외하고도, 시민들의 힘을 통해 정부의 개발을 저지해낸 사례가 많다. 하지만 그런 사례 이상으로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것 같은 전면 철거 후 개발(Kahlschlagsanierung)하는 불도저식의 개발과 기존 거주민을 내쫓는 개발이 일어났었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인 주택과 적정 주택의 수는 줄고, 그 자리엔 고급 주택과 개인 주택이 들어선다. 또한 저렴한 임대주택은 외국 자본가에게 팔려서 비싼 임대주택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6. 화살표 방향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네를 보여주는 그래피티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일련의 상황은 자본이 유입되는 도시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주택의 평균 수명이 한국에 비해 3,4배 이상 긴 유럽 도시에서도 주택 개량을 통한 주택의 고급화로 도심부의 젠트리피케이션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개발하려던 템펠호프 공원의 주변 역시 현재 활발히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는 구역이다. 시민들이 외쳤던 주장은 간단했다. 단순히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접근법으로는, 주택 부족 문제와 임대료 상승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템펠호프 공원의 개발은 누가 보기에도 주변 지역의 임대료 상승을 일으킬 요소였기 때문이다.

* 젠트리피케이션의 유래는 자가 교통(자동차와 그 활용을 용이케 해주는 도시의 인프라)의 발달로 물질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도심 내에서 도심 외곽의 여유롭고 개인적인 주거공간으로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발생한다. 이들이 떠난 주거지들은 비교적 물질적 여유가 부족한 이들이 새로 옮겨오면서 다시 채워지기 시작하고 다양한 문화 활동이 발생하며 다시 생기를 띄는 구역이 된다. 영국, 미국으로 대변되는 서양권의 영화 속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교외에 수영장이 딸린 개인주택에서 사는 부유한 백인들의 모습이 전자이고, 도심의 관리 안 되고 버려진 주택에서 각종 범죄와 함께 살아가는 흑인들이 후자인 것이다. 후자는 생기 되찾은 주거 구역에 새로운 주택 개발이 시작되면서 비싸진 집세를 감당 못하고 도시 외곽이나 주변으로 옮겨가게 된다.

 

사진 7. 주민투표 이후 템펠호프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

베를린의 첫 주민투표를 통해 폐쇄된 공항은 시민들의 공원이 되었고, 나름의 타당한 목적을 지닌 개발의 압력 앞에서 또다시 시민들의 힘으로 공원을 지켜냈다. 또한 갈수록 높아지는 주택 임대료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도 이 과정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표출해냈다. 이 모든 문제는 한국에서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은 문제들이다. 다음 회 기사를 통해서는 이 투표가 마무리될 때까지 시민들이 어떻게 함께 공원을 지켜냈는지 그리고 언론은 정부와 시민들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참조

‘100% 시민주도의 템펠호프 공원' 공식 홈페이지

 

Volksentscheid THF 100% - THFG - Volksentscheid zum Tempelhofer Feld THF 100

taz, 20.3.2017 "Angesichts geschätzter Baukosten von rund 16 Millionen Euro "kann man sich schon fragen, ob dieser Aufwand gerechtfertigt ist", sagte die Landesvorsitzende der Linkspartei, Katina Schubert, der taz." ... "Schubert betonte, das Containerdorf

www.thf100.de

http://www.bzberlin.de/berlin/tempelhofschoeneberg/tempelhoferfeldsostimmtendiebezirke / https://www.bz-berlin.de/berlin/tempelhof-schoeneberg/tempelhofer-feld-so-stimmten-die-bezirke

http://www.berlinerzeitung.de/berlin/wohnungspolitikinberlinneubauloestdaswohnungsproblemnicht,10809148,273399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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