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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녹색전환연구소

[자유를 위한 공원 03] TEMPELHOFER FREIHEIT(템펠호프의 자유)

by 도시관찰자 2019. 5. 18.

* 이 글은 녹색전환연구소의 지구촌 녹색전환 소식 4호(2014년 10월) 기사를 부분 편집 후 재게시한 것임을 밝힙니다.

녹색전환연구소 : http://www.igt.or.kr/

지구촌 녹색전환 소식 4호 기사 (회원 가입 후 이용 가능) : http://igt.or.kr/index.php?mid=worldnews&document_srl=51213&ckattempt=1

 

[자유를 위한 공원 03], TEMPELHOFER FREIHEIT(템펠호프의 자유)

사진 1. Schillerkiez에 위치한 공원 출입구에서 촬영한 템펠호프 공원의 풍경

역사에 남을 만한 시민들의 승리로 자리 잡은 템펠호프는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대한민국 사회가 흔히 이러한 외국의 사례를 잘못 받아들이는 경우는 잘못된 사례를 참고한 것이 아니라, 그 훌륭한 결과가 있기 전까지의 수많은 노력과 고통 들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 글을 통해 주민 투표의 결과가 아닌 투표까지의 과정을 되돌아가서 조명하는 이유도 좀 더 이들의 승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템펠호프 공원의 정부 개발 계획은 그동안 베를린에서 있었던 그 어떤 개발 계획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렇기에 시민 사회에 이에 대응을 하는데도 비교적 짧은 시간이 주어졌고,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주민 투표를 이끌어내고 주민 투표를 승리로 이끌어낸 베를린 시민 사회와 시민 운동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우선 공원 개발에 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려고 한다. 공원이 시민들에게 개방된 지 1년을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2011년 이전에도 폐쇄된 공항을 개발하려던 정부의 발표와 대규모의 전시회를 개최하려는 등의 공원의 미래를 놓고 수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에 반대하는 시민 운동과 공항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민 단체 등의 다양한 움직임도 존재했다. 100여명의 시민 운동가들이 개방 전의 공원을 무단 점거하고,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1000여명의 경찰이 동원될 정도로 큰 사건이 있기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수많은 시민들의 노력 덕택에 공항은 폐쇄될 수 있었고, 공항은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사진 2. Schillerkiez 주민들은 공원개발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공원을 지켜내었다.

시민들의 다양한 운동과 저항은 대부분 거대한 공항부지를 시민의 공원으로 유지하려는 큰 주제를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2011년에 각종 개발 압력과 지역 임대료 상승에 저항하고 있던 Schil­ler­kiez(쉴러 동네)의 지역 운동가들이 인접 지역인 템펠호프 공원의 개발 사업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공항 개발 계획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주요 골자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었지만, 실제 계획안을 자세히 뜯어 놓고 보면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개발은 지역의 임대료 상승에 일조를 할 것이고, 기존의 지역 사회를 파괴할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지역의 다른 시민들과 단체들과 함께 Initiative 100%  Tempelhofer Feld(시민 주도의 100%  템펠호프 공원)이라는 시민 주도 단체(이하, 시민 주도 단체)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바로 이 단체가 템펠호프 공원 주민투표를 위한 주민 청원과 대체 법률안을 내놓은 그 단체였다.

2011년 9월 시민 주도 단체가 설립되기 전까지만 해도 템펠호프 공원 개발 사업은 지역 주민을 제외하고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었다. 도심 근처에 위치한 폐쇄 공항은 도심부 재개발 사업이 시민들의 저항으로 빈번히 무산된 유럽 도시에서는 거의 유일한 대규모 도심 사업 부지였기 때문이다. 또한 공원의 중요성 만큼이나 주택 부족 문제와 월세의 급격한 상승 문제는 베를린 시민들의 큰 문제거리였다. 그렇기에 공원의 일부분만 개발하고, 대부분의 공원 부지를 유지하려는 정부의 주택 개발 계획안은 오히려 솔깃하기까지 하였다.

 

사진 3. 시민 주도 단체는 주민 투표 전날까지 적극적으로 투표 독려 운동을 벌였다.

2011년 시민 주도 단체가 설립되며 본격적으로 정부의 달콤한 개발 계획에 대한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원에는 이미 2017년 국제 정원 박람회가 확정되어있었고, 2020년에는 국제 건축 전시회 등의 계획이 예정되어있었다. 당시 베를린 시 도시개발부의 한 정치인은 이런 시민들의 행동이 조금은 늦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움직임은 빨랐고, 도리어 베를린 시정부의 대응은 느렸다. 자발적으로 템펠호프 공원을 지키기 위해 여러 분야의 시민들이 모인 시민 주도 단체는 설립된지 약 1년여 만에 템펠호프 공원 개발에 관한 대안 법률안을 내놓고, 주민 청원을 시작하려 하였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적인 자료를(개발 예상 비용) 제때 내놓지 못한 관계로 2012년 12월이 되고 나서야 주민 청원이 시작될 수 있었다.

첫 주민 청원을 통해 2013년 1월까지 이미 3만명의 서명을 받아냈고, 그 중 약 2만 개가 유효했다. 하지만 베를린 시의회는 시민 주도 단체의 법률안을 수락하지 않았고, 2013년 8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다시 주민 청원을 진행하여 약 233,000명의 서명을 받아내며, 2014년 5월 유럽 의회 투표와 함께 이뤄졌던 주민투표의 승리의 초석을 쌓게 되었다.

 

사진 4. 템펠호프 공항 건물에서 있었던 시정부 주최의 주민 공청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무려 23만명의 친필 서명을 받는다는 것이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에 부연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이 수치는 주민 청원을 위해 적지 않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것을 의미한다. 특히 쉴러 동네의 카페나 음식점 뿐만 아니라 베를린 곳곳에는 항상 서명 용지와 시민 주도 단체의 설명이 담겨있는 팜플렛이 있었다. 또한 투표 전날까지 공원의 수많은 입구 앞에 서서 공원에 오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부탁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사진 5. 시민들은 이 지역에서의 삶과 템펠호프 공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시정부 관계자와 토론하였다.

시민 주도 단체는 단순히 법률안을 내놓고, 서명 운동만을 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각종 토론회와 행사에 참여하거나 주최하며 그들의 의견을 거침없이 내놓았고,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주민 공청회와 베를린 한 일간지의 토론회부터, 수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동네의 자그마한 설명회 그리고 성당, 카페, 지역 주민센터 등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토론회와 설명회 등 템펠호프 공원 개발의 구체적인 내용부터 철학적인 논의까지 주고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5월 25일 주민 투표 전날까지 베를린 도시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약 110만명이 참여한 주민 투표에 언론의 영향이 컸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Berlin Morgenpost지는 각종 전문가와 정치인들을 초대하여 약 200명이 참석한 토론회를 열기도 하였다. 주민 청원이 시작되고 주민투표가 끝날 때까지 템펠호프 공원은 연일 언론의 주요 관심거리였다.

 

사진 6. 베를린 한 일간지의 토론회 모습. 이날 예정된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시민들이 마이크를 잡고 토론에 참여하고 다양한 발언을 하였다.
사진 7. 템펠호프 공원과는 멀리 떨어진 Wedding지역의 주민 자치 사무실에서 벌어진 설명회.

템펠호프 공항이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 했듯이, 내용을 다 알더라도 투표 질문과 답변 방식 자체이 복잡해서 의도치 않은 투표를 할 수도 있거니와, 정부의 개발 계획안은 그럴싸 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투표를 앞두고 시민 주도 단체 뿐만 아니라 정부도 주어진 시간 동안 각자의 계획안에 대한 끊임없는 홍보와 교육을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고, 그 모습을 비추는 언론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정부와 시민 주도 단체 양측 모두 책임지지 않는 선심성 개발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주택 비율이 낮기는 했지만, 주택 부족을 문제로 지적하며 공원 개발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정부나 공원과 기존의 지역사회를 중요시 생각하는 시민들의 주장 모두 쉽게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 서서 인터넷, TV, 신문, 회의실, 카페, 공원 등에서 치열한 토론과 난타전이 이어졌다.

경복궁 옆의 송현동 일대에 한 기업이 호텔을 지으려는 것에 반대하는 시민 운동이 한창 시작이다. 템펠호프 공원을 시민의 품에 완전히 안긴 베를린 시민 사회처럼 오랜 세월 서울 시민의 품에 안기지 못했던 송현동이 서울 시민을 위한 공간을 넘어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템펠호프 공원에 대한 마지막 기사를 마무리 한다.

 

참조

http://www.thf100.de/start.html

http://www.tempelhoferfeld.info/

http://tfa.blogsport.de

http://schillerkiez.blogsport.de

http://taz.de/taz-Serie-Schillerkiez-Buergerprotest/!80255/

http://taz.de/taz-Serie-Schillerkiez/!105394/

http://www.derwesten.de/panorama/berlins-ehemaliger-flughafen-tempelhof-ist-jetzt-ein-park-id3506344.html

http://www.morgenpost.de/berlin-aktuell/article127809138/Das-Tempelhofer-Feld-300-Hektar-und-viele-Meinungen.html

*송현동 호텔건립반대 시민모임 블로그 http://songhyundo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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